꽃들이 입을 쩍쩍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배너영역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많이 본 뉴스
자유게시판

꽃들이 입을 쩍쩍

페이지 정보

작성자 파도양 (211.♡.40.153) 작성일18-08-23 22:56 조회608회 댓글0건

본문

D7TXgNK.jpg

 

봄비 내리던 날

 

꽃들이 입을 쩍쩍 벌리고 앉아

연둣빛 종아리에 젖살 올리던 날,

 

맛난 국수 가락 같은 봄비는

안개와 비벼져 수북이 내린다.

 

꽃들이 비를 마시는 동안

사람들은 안개를 마신다.

 

안개는 어둠과 빛으로 가기 전의

연옥 세계처럼

 

조용히 타이르거나 죄를 묻듯이

목젖으로 울컥 내려앉아

 

사람들은 우산 속으로, 속으로

죄 많은 얼굴이 되어 응달로 지고,

 

서로의 간격을 듬성듬성 띄우며

길을 버리고 흩어졌다.

 

봄비는 안개 속으로, 속으로

포개어지고, 나누어지다가

초록의 길을 서서히 당긴다.

 

가랑비 국수 가락 마냥

뚝뚝 끊어져 내리던 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