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벤치에 앉아
가시 돋친 길, 파도 치는 길,
하염 없는 길,
배 한 척 없는 망망한 바닷길.
그대는 예감했는가!
이별을 말한 적 없어도
걷다 걷다 보니
갈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 질 때가 있다
분명, 한 길로 시작해서 고지를 향하여 걸었을 뿐인데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대는 북극점, 나는 남극점에 있다
그대는 예감했는가!
엉겅퀴로 심장을 할퀴어도
붉지 못하는 선혈
눈물 속에 하얀 핏자국만 번진다.
가을 나뭇잎은
가을 색으로 물들고 있는데
길을 따라 모두는 걷고 있다